한국외방선교수녀회

총원장. 고 마리휘앗 수녀

땅을 뚫고 솟아나는 여린 잎의 생명력처럼 힘찬 주님의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주님의 수난과 부활은 전례적으로 이루어지는 형식이 아니라 매 순간 매일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입니다. 우리가 깨어서 알아볼 수 있다면 늘 생명력 있는 주님을 뵐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부활을 축하하며 계란과 토끼, 꽃 등 생명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생각하며 주위 분들께 부활 인사를 합니다. 그러면서 저 자신에게 묻습니다. 생명 자체이신 그분의 현존 안에서 죽음을 통한 생명을 깊이 맛보고 숨 쉬고 체험한 부활이었는지? 깊은 곳에서 감사와 신명을 체험하였는지? 그 놀라움으로 진정한 기쁨을 나누었는지?

죽음을 이기고 생명을 얻어 우리에게도 생명을 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리며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종께서 하느님의 자비를 위해 봉헌하신 부활 대축일 둘째 주일에 하신 말씀을 잠시 묵상해봅니다.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여러분이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요한 20, 31절)

그분의 이름으로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생명을 얻는다"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우리는 모두 생명을 원하지만, 생명을 누리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많은 것을 즐기고 소유하려는 열광적인 경주로 존재를 축소시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먹고 마시고, 즐기고, 돈과 물건을 축적하고, 강렬하고 새로운 감정을 느끼는 것 등. 언뜻 보기엔 만족시키는 것 같지만 마음이 편치 않은 길입니다. 이런 식으로 사람이 “생명을 얻는”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쾌락과 권력의 길을 따르면 행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사랑, 피할 수 없는 고통, 한계, 죽음의 경험과 같은 존재의 많은 측면은 답이 없는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공통적으로 품고 있는 꿈, 즉 영원히 살고자 하는 희망, 한계 없이 사랑받고자 하는 희망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채 남아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 모두가 부르심을 받은 이 충만한 생명이 예수님 안에서 실현되었다고 말합니다. 바로 그분께서 우리에게 이 충만한 생명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하지만 어떻게 그것에 접근할 수 있고, 어떻게 경험할 수 있습니까?

(교황의 레지나 카엘리 Saint Peter's SquareSunday, 7 April 2024)

선교지를 잠시 떠나 본국에서 소임을 받아 한국의 선교지에서 지내고 있는 저는 거칠고 영적으로 메말랐던 선교지의 환경들이 저를 어떻게 성장시켰는지를 가끔 돌아보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뎌내었고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생각하면 기적같기만 합니다. 결핍이라고 부족함이라고 아픔이라고 단정지었던 모든 것들이 얼마나 풍요로웠는지를 이제서야 깨닫게 됩니다.

"너희는 어리석기도 하다!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그렇게도 믿기가 어려우냐? (루가 24장 25절)

엠마오를 가던 중 제자들에게 건네신 주님의 말씀을 저에게도 자주 하곤 합니다. 마치 베드로처럼 일상의 삶과 순간들의 사건 안에서 저 자신에게 빠져 주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을 생각하고 있는 저 자신을 성찰합니다.

부활을 맞이하여 선교지에서 선교하고 계시는 저희 수녀님들이 예수님 부활 축하 인사를 보내옵니다. 기쁜 부활 대축제를 가난한 이들과 지내며 바쁜 선교지 활동과 소식을 메시지로 전합니다. 저는 교회의 일꾼이며 주님의 제자들인 선교지 수녀님들에게 깊이 감사하며 입가에 행복 가득한 웃음이 피어납니다.

선교지에서 하느님의 일을 하고 계시는 저희 수녀님들을 위해 항상 기도해주시고 물질적 도움으로 선교사의 길을 함께 걸어주시는 모든 후원회원님과 은인들께 마음 모아 진심으로 감사 인사 전합니다. 부활한 주님의 능력이 우리 후원회원님들의 삶 속에서 용기를 주시고 끊임없는 생명의 길로 인도해 주시기를 저희 한국외방선교 수녀회 모든 수녀는 기도하겠습니다.

부산 후원회원을 위한 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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