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방선교수녀회

걱정하지 마라. 두려워하지 마라. 선교지 방글라데시. 김 베아따 수녀

관리자 2023.04.27 16:46 조회 : 281

걱정하지 마라. 두려워하지 마라.

 

선교지 방글라데시. 김 베아따 수녀

 

찬미 예수님! 뜻깊은 은총의 사순 시기에 후원회원님들께 인사 올립니다.

 

저는 필리핀에서 언어연수 중 건강이 안 좋아 국내에서 소임을 하다가 이번에 방글라데시 선교지로 파견받았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있고 선교지로 파견되어 가는 것도, 후원회원님들과 은인분들의 기도와 희생 덕분입니다. 진정 마음으로 깊은 감사의 큰절을 올리며, 선교 수녀로서 기쁘게 사랑을 나누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하게 됩니다.

 

사실 처음엔 기쁨과 설렘으로 가득했으나 곧이어 찾아드는 건강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저를 엄습하기 시작했습니다. ‘언어연수 중에 또다시 아파서 들어오면 어쩌나!’하는 불안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저것을 챙겨보았지만, 금방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고 지금, 바로 여기서부터 내려놓음과 맡김의 실전연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그간 국내 소임을 통해 단련은 받았지만, 여전히 약한 인간인지라 온전한 내어 맡김의 체험이 뼛속 깊이 뿌리내리지는 못해서 준비가 미흡한 상태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연이어 부모님에 대한 염려 때문에도 인간적으로 많이 힘겨웠습니다. 부모님께 특별히 뭘 해드리지는 못하지만, 두 동생 모두 외국에 있는 상황에서 제가 한국 땅에 있는 것만으로도 부모님께는 심리적 안정감이 있었을 텐데, ‘나 떠나면 우리 부모님 어쩌지.’란 생각에 부모라는 단어만 스쳐도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어, 선교 준비 과정에서 피정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었습니다. 저의 생각과 계획은 완전히 무산되고, 숨 고를 틈도 없이 막바지까지 원하지 않는 일들로 씨름을 하며 전쟁을 치렀습니다.

 

그 와중에 주님께서는 구체적인 제 삶의 현장에서 저를 이끌어 가셨습니다. 십자가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너는 나를 못 믿니? 내가 그렇게 능력이 없어 보이니? 내가 너희를 지키며 보살핀다. 걱정하지 마라. 두려워하지 마라. 나는 너희를 사랑한다.”라고 말씀하시며 위로와 격려로 힘을 북돋워 주셨습니다.

 

누구보다도 영적, 육적, 물적으로 가난한 저를 도구로 쓰시겠다고 불러주신 우리 주님께 감사와 찬미와 영광을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진정 가난하기에 더욱 겸손히 주님만 바라보며 그분께 의탁할 수밖에 없도록 섭리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이제야 중심 뿌리가 안착된 느낌입니다. 더 튼튼한 나무가 되도록 영양분을 골고루 주실 것임을 믿습니다. 작은 희생과 사심 없는 한결같은 내어줌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세상의 아픔 안에서 더 많이 사랑해야 함을 느끼며, 믿기지 않는 틈새도 뚫고 올라오는 작은 생명의 움틈을 통해 파스카의 희망을 발견합니다.

 

예수님의 길을 끊임없이 선택해 가시는 매 순간의 삶을 통해 후원회원님들과 은인분들에게 부활의 평화와 기쁨이 늘 충만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