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방선교수녀회

나의 희망이 부끄러움을 당하지 말게 하소서. 함안성당. 고 대건 안드레아...

관리자 2023.04.16 14:14 조회 : 289
나의 희망이 부끄러움을 당하지 말게 하소서
함안성당. 고 대건 안드레아 수녀
길가에 서 있는 벚꽃 나무줄기 아래에서 작은 꽃망울을 터뜨리기 위해 때를 기다리는 모습에서 생명의 소중함과 신비로움을 느낍니다.
"서원 25주년! ‘벌써 우리가 은경축이야?"
하느님 앞에 부끄럽게 살지 않겠다고 두 손을 높이 들고 발원한 지 25년이 되었습니다. 되돌아보니 감사한 일도 아쉬운 일도 많았고, 아직 더 마무리 지어야 할 삶의 희망도 남아 있습니다.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앞에 선진 수녀님들의 은경축 미사에 참석하고, 대화를 나누고 할 때는 남의 일 같았으나 막상 우리 동기들의 순서가 되니 선교 수녀로서 행복하게 살아온 지난날들의 일들이 머릿속에서 파노라마처럼 지나갑니다.
선교 수녀로서의 삶을 살아온 저 자신에게 “수고했어요. 대건 안드레아 수녀, 그동안 건강하게 잘 살아줘서 고마워요!”하고 저를 꼬옥 안아 등을 토닥여 줍니다.
제가 선교지, 국내 사도직, 본원 소임에서, 어디에서든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한한 사랑을 주시는 주님의 끝없는 격려였습니다.
또한, 저의 삶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주고 용기를 주신 가족들, 물심양면으로 기도와 사랑을 아끼지 않으신 후원회원님들과 은인들입니다.
지금은 함안성당에서 지칠 줄 모르는 나의 사랑과 열정을 마음껏 퍼 나르고 있습니다. 한번은 본당 신부님께서 “대건 수녀님은 참 특이한 것 같다.”라고 하셨습니다. 당신이 보아온 여느 수녀들 모습과 다르다고 하신 거죠. ‘특이하다’라는 말에 마음이 의기소침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의미로 말씀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제가 특이한 일을 많이 했거든요.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가족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한 저는 요리를 하면 행복해집니다. 거창한 음식은 아니어도 이곳 분들과 음식 나눔 잔치를 많이 했지요.
오래전에 대만 선교지의 원주민 마을에서 생활했습니다. 그들이 저를 마을의 한 일원으로 가족처럼 받아 들여주고 인정해 준다고 느낀 것은 그들의 음식을 함께 먹고 나누고 그들의 삶을 함께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친밀감을 느끼고 복음을 전하는데 한몫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여기에서도 코로나 때문에 힘들었던 우리 교우들과 소박한 음식을 만들어 먹고 나누고 친교를 통해 단체를 활성화하는 데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많은 분이 특이한 저를 지지해주셔서 행복하고 받은 사랑을 나누는 기쁨으로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도 하루를 반성하고 정리하며 “주님 언약대로 저를 받으소서. 저 당신 안에 살리오니 저의 희망이 부끄러움을 당하지 말게 하소서.”하고 조용히 마음으로 노래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