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방선교수녀회

김 말가리다 부르주아 수련수녀님의 선교 체험기

관리자 2022.05.11 09:50 조회 : 1130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 외방 선교수녀회 김 말가리다 부르주아 수련수녀입니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방글라데시 디나즈푸르 저희 수녀회 공동체에서 파견 실습기를 보냈습니다. 코로나팬데믹 어려움 속에서도 해외 선교실습을 허락해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렸고, 이곳에 닿기 위해 만났던 많은 은인분을 통해 하느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기도 안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저에게 해외 선교 파견 실습은 새롭고도 낯선 곳으로의 초대였습니다. 제가 머물렀던 곳은 세계 극빈국 중 한 곳으로, 인구수 16천만 명으로, 세계 인구수 8위이자,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 무슬림의 나라인 방글라데시입니다. 방글라데시에는 전체인구의 0.2%가 가톨릭 신자입니다. 무슬림 사회에서 가톨릭 신자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사회적 제약과 차별들을 존재합니다. 그런 어려움을 감내하며 현지 신자분들은 때마다 성당에서 모여 함께 미사를 드리고, 기도하고, 성탄과 부활 때 공동체 행사를 합니다. 그러한 모습 속에서 저는 조선의 초기 신앙공동체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우리 선조들도 거대한 유교 사회 속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며 신앙을 지켜나가셨겠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현지 가톨릭 신자분들이 미래의 방글라데시 가톨릭 신앙의 뿌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지금의 한 분 한 분이 더욱 소중하게 여겨졌습니다. 선교지에 있는 동안 시간을 돌려 과거로 온 것만 같았습니다.



 방글라데시 디나즈풀에는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나자렛학교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자라오신 나자렛마을처럼, 이곳에서는 현지 아이들의 꿈과 희망, 배움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한 달 동안 나자렛학교 유치부수업에 보조교사로 있으면서, 콩시루 같은 작은 교실에서 방글어, 영어, 수학, 미술 등을 배우는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축구공이 없다고 슬퍼하지 않고, 다른 놀이를 찾습니다. 가지지 못한 것과 가지고 있는 것 사이에서 아이들은 더 행복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합니다. 좁은 운동장에서 전력을 다해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마음에는 행복이 자라고, 종이로 만든 비행기 하나 날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발견하고, 배울 수 있는 학교가 있는 것만으로도, 작은 간식 하나에도 감사함을 느끼며 마음에 기쁨을 느낍니다. 어쩜 과거 우리도 그러했겠죠? 행복은 무엇인가를 채워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행복의 씨앗은 우리 안에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행복의 씨앗을 심을 수 있었고, 그런 아이들의 얼굴에서 저는 행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끊임없는 비교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국사회, ‘우리는 행복한가? 어디서 행복을 찾고 있을까?’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참 행복이라는 선물을 얼마나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가난한 나라에서 저는 행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기에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었던 건 아닌지, 스스로 물어봅니다.

 현지 자매들을 위해 진행된 여성 교육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가난한 이들을 위해 마음, 시간, 정성을 쏟아주시는 한국의 많은 은인분이 계심에 감사드렸습니다. 배를 타고 3달에 걸쳐 이곳에 도착한 물품들, 그것은 단순히 물건 하나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인내의 시간과 각각의 정성이 모여, 세상 어느 곳 필요한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과정들이 마치 복음이 전해지는 것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복음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듯, 선의의 손길들이 모여 결실을 보는 과정을 보며, 주님께서 뜻하신 일들은 분명코 기다림의 기간을 거쳐 합당한 때에 이뤄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지 선교 수녀님들과 생활하면서, 지금처럼 안전하고 편안한 보금자리를 마련하기까지, 앞서 선교지 생활을 해오신 수녀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렸습니다. 주님을 향한 마음 하나로, 이곳에 눈물로 씨를 뿌린 선배 수녀님들의 발걸음이 있었기에, 오늘의 제가 이곳에 머무를 수 있었으니까요.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시며 와서 보아라는 성경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내 모든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것 속에는 사랑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선교지의 역사와 문화와 생활, 그들의 삶 속에 함께 머무르며, 그들에게 한 발짝 다가가는 것, 그 다가감 안에 주님이 주신 사랑으로 함께 하는 것, 그것이 수녀님들을 통해서 발견하게 된 선교의 의미였습니다.

 지금의 이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기까지 많은 곳에서, 많은 분의 기도와 사랑, 관심과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찍이 우리나라가 받은 신앙의 은혜를 다른 나라에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최재선 주교님! 주교님께서 이루고자 하셨던 일이 현실이 된 현장에 와 보니 선교 수녀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가치와 소명을 더욱 밝혀 나갈 수 있었습니다. 모두의 마음에 생명의 빛으로 오신 예수님, 당신의 사랑이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세상 곳곳에 전해지길 바라며, 오늘도 저를 이 귀한 걸음으로 이끌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