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방선교수녀회

"희망은 담대합니다." - 선교지 볼리비아 코차밤바 | 이 율리아 수녀

관리자 2025.05.20 10:18 조회 : 60

"희망은 담대합니다."

 

선교지 볼리비아 코차밤바 | 이 율리아 수녀

 

지난 2월 중순경 최요한 청소년 센터가 완공되었고, 시작하게 된 동기로부터 지난 시간이 자연스럽게 회상된다. 어느덧 10여 년 동안 최요한 공부방과 최요한 유치원을 운영해 오면서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순조롭게 사도직을 이어오고 있던 터여서 무엇인가 새로운 사도직이나 프로젝트를 시도할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여러 현실적인 장벽들이 그 이유이기도 했으며, 한편으론 안전지대에 안주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조차도 의식하지 못한 채!!


그런 와중에 어느 날 인근에 사는 20대 청년 호세의 마약중독 소식을 접했다. 그는 평소에 성실하고 착한 품성으로 가끔 수녀원에 와서 허드렛일을 흔쾌히 도와주었고, 미사 전례 복사했던 어린 시절을 늘 자랑스러워했었다. 그런 그가 마약을 흡입한 후 가출하면 가족들이 찾아 나서기를 반복하고 있어서 가족들의 고통도 극심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었다. 먼발치에서만 듣고 알던 마약의 위험성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이후 청소년과 청년들을 범죄나 마약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건전한 가톨릭 신앙인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절박함이 나를 압도하기 시작하였다. 이렇듯이 호세의 사건은 최요한 청소년 센터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동기가 되어준 셈이었다.


이어 기존의 공부방 건물을 2층으로 증축하기 위한 최요한 청소년 프로젝트는 느린 템포로 진행되어 갔다. 그중에서도 20241월부터 3개월여 휴가기간 동안에 한국의 본당들과 미국의 라스베가스와 LA에서 펼쳐졌던 모금 활동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관대하게 마음을 열어주셨던 여러 신부님과 이곳 선교지 아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시고 눈물을 흘리시며 손을 내밀어 주시던 수많은 신자와 후원회원들의 기도와 사랑, 응원 덕분에 오늘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선교란 하느님 백성들이 손에 손을 잡고 함께 하는 일임을 새삼 체험하는 시간이었고, 인간의 능력 아니라 하느님의 자비에 위탁하는 신앙의 여정이었으며,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전하는 선교의 여정이기도 했다.


하지만 건축을 시작할 20247월 무렵, 볼리비아는 전무후무한 높은 달러 환율과 물가상승으로 과연 건축을 시작할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고 불안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하느님의 안배를 믿고 용기를 내기로 하였고 예정했던 대로 건축을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지난 2월 중순 공부방은 다시 문을 열었다. 친교, 협동, 도전의 설립 목표에 따라서 아름답고 건전한 전인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하고자 한다. 기존의 초 중등부 학생뿐만 아니라 대상을 확장하여 청년들을 초대하려고 한다. 이미 실행 중인 한국어와 태권도 교실은 물론이고 K-food K-pop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고려하고 있다.

이곳은 안타깝게도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참담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빈곤층들이 적지 않다. 게다가 도덕성의 상실로 인한 결혼 및 가족 문제, 불안정한 양육환경 및 일자리 부족으로 생계 문제 등 좀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공부방의 몇몇 가정을 선정하여 생필품 나눔을 하고 있는데 방문 때마다 매번 충격을 받을 정도이며, 그 우울한 잔영은 오래오래 뇌리에 남곤 한다.

그럼에도 우리 최요한 청소년 센터는 이곳의 미래세대들에게 희망을 말해주고 싶다. 끝까지 희망만이 척박한 삶의 밝은 등불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모두는 차별 없이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이며 존귀한 존재임을 깨달을 수 있길 바란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회칙 모든 형제들을 통해서 새로운 희망에로 우리 모두를 초대하고 계신다. 하느님의 비전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어떠한 절망과 한계, 힘듦 속에서도 끝까지 희망하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일까! 희망은 담대합니다."라는 멋진 문장을 가슴 깊이 새겨두고 싶다. 희망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순간에, 비로소 더욱 빛을 발하는 믿음과 사랑의 열매인 까닭이다. 더불어 모든 분께도 희망의 희년을 보내며 내면의 기쁨이 가득하시길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