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선 주교의 삶

50년 전 사목교서를 읽으며. 조영만 세례자 요한 신부님

관리자 2022.08.26 10:29 조회 : 409
50년 전 사목교서를 읽으며
부산교구 초대 교구장 최재선 주교님의 선종미사에서

  

어제 부산 교구 초대 교구장님이신 최재선 요한 주교님의 부음을 접하고, ‘이렇게 한 시대가 가는구나.’ 가슴 한쪽이 휑하였습니다. 워낙 연세가 높으셨고, 저희 젊은 사제들은 사실 그분의 삶을 잘 알지도 못한 채 그저 주교 생활 만 50년을 하신 한국교회 최고령 성직자, 일찍 은퇴하시고 한국외방선교회를 설립하시어, 우리보다 어려운 나라 선교하시느라 애쓰시는 교회의 제일 큰 어른으로만 생각해왔는데, 막상 떠나시고 난 다음 그분의 유고집이 되어버린 사목 교서들과 일대기를 찾아보니 그 막연했던 마음이 죄스러움으로 변해갑니다.

 

요즘 밥 먹다가도 촛불시위를 놓고 부녀지간에 싸움이 잦다고 합니다. 그만큼 세대 차이가 나는 것이고, 겨우 2, 30년 차이만 나도 대화가 안 되는 것이 한국 사회인데, 최 주교님은 1912년생이시니까, 그야말로 강산이 변해도 몇 번은 변할 만큼 차이진, 전혀 다른 세대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일제 치하에서 사제생활을 하셨고 동란으로 인해 38선을 넘고, 2차 바티칸 공의회 이 전 주교 서품받으신 그 격동의 대한민국과 교회 안팎의 무심하리만큼 놀라운 세상의 변화를 살아내신 분, 이라는 이해가 부족했음에 대해 죄스러움이 먼저 일었습니다.

 

꼬장꼬장한 어른, 이라는 표현 뒤에 숨겨져 있는 자신에게 대한 철저함은 저 같은 젊은 사제는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냉혹하셨고, 돌아가실 때까지 외방수녀회 수위실 문간방에서 사실 정도로 철저하셨습니다.

 

막상 주교님이 떠나시고 나니, 주교님께서 살아생전 교구민들을 가르치셨던 말씀을 꺼내서 읽어보게 됩니다. 이미 50년 전, 19598<마음의 평화>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교서입니다. 50년 전 가르침이지만 오늘 다시 읽어도 이 시대 사람들에게 똑같이 적용될 혜안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주교님, 젊은 사제들에게 언제나 제단을 더럽히지 말라!” 하셨던 당신의 삶, 하느님 앞에서 꺼내놓을 것 풍성한 열매로 영원한 생명 가득 누리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조영만 세례자 요한 신부님.   2008년 06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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