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부산 교구 초대 교구장님이신 최재선 요한 주교님의 부음을 접하고, ‘이렇게 한 시대가 가는구나….’ 가슴 한쪽이 휑하였습니다. 워낙 연세가 높으셨고, 저희 젊은 사제들은 사실 그분의 삶을 잘 알지도 못한 채 그저 주교 생활 만 50년을 하신 한국교회 최고령 성직자, 일찍 은퇴하시고 한국외방선교회를 설립하시어, 우리보다 어려운 나라 선교하시느라 애쓰시는 교회의 제일 큰 어른으로만 생각해왔는데, 막상 떠나시고 난 다음 그분의 유고집이 되어버린 사목 교서들과 일대기를 찾아보니 그 막연했던 마음이 죄스러움으로 변해갑니다.
요즘 밥 먹다가도 촛불시위를 놓고 부녀지간에 싸움이 잦다고 합니다. 그만큼 세대 차이가 나는 것이고, 겨우 2, 30년 차이만 나도 대화가 안 되는 것이 한국 사회인데, 최 주교님은 1912년생이시니까, 그야말로 강산이 변해도 몇 번은 변할 만큼 차이진, 전혀 다른 세대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일제 치하에서 사제생활을 하셨고 동란으로 인해 38선을 넘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 전 주교 서품받으신 그 격동의 대한민국과 교회 안팎의 무심하리만큼 놀라운 세상의 변화를 살아내신 분, 이라는 이해가 부족했음에 대해 죄스러움이 먼저 일었습니다.
꼬장꼬장한 어른, 이라는 표현 뒤에 숨겨져 있는 자신에게 대한 철저함은 저 같은 젊은 사제는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냉혹하셨고, 돌아가실 때까지 외방수녀회 수위실 문간방에서 사실 정도로 철저하셨습니다.
막상 주교님이 떠나시고 나니, 주교님께서 살아생전 교구민들을 가르치셨던 말씀을 꺼내서 읽어보게 됩니다. 이미 50년 전, 1959년 8월 <마음의 평화>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교서입니다. 50년 전 가르침이지만 오늘 다시 읽어도 이 시대 사람들에게 똑같이 적용될 혜안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주교님, 젊은 사제들에게 언제나 “제단을 더럽히지 말라!” 하셨던 당신의 삶, 하느님 앞에서 꺼내놓을 것 풍성한 열매로 영원한 생명 가득 누리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조영만 세례자 요한 신부님. 2008년 06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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