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선 주교의 삶

“저희들도 가난하게 살겠습니다” 부산교구 왕영수 신부

관리자 2022.08.24 10:43 조회 : 437
“저희들도 가난하게 살겠습니다”

부산교구 왕영수 신부

“울면서 씨 뿌리던 사람들이 곡식 단 들고 올 때 춤추며…”란 성경 말씀대로 그 숱한 갈등과 한을 뒤로하시고, 한국순교성인과 천사들의 환호 속에 환히 웃으시며 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초대 우리 교구장님은 승리하셨고, 그 마지막이 영광의 길임을 확신합니다.
주교님께서는 많은 시련이 있었지만 지워지지 않고 선명히 제 가슴에 자리한 기억이 한 가지 있습니다.
1973년 여름 독일 「엣쎈」의 기차역에서 주교님을 만났고, 독일 은인 「타케」 집에 기거하며, 당신이 갈 곳도, 해야 할 일도 없이 그저 묵주만 잡고 우시면서 성모님께 기도하시던 그 심정을 누가 이해하겠습니까?
주님께서는 ‘없는 이의 가난한 소청’을 들어 주시어 귀국도록 하시었고, ‘그의 집’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것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한국 외방선교 수녀회라 믿습니다.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의 전환점을 이룩하시며, 한국교회의 선구자적인 구원의 횃불을 비추시고, 몸소 앞장 서 가시었습니다. 모진 시련을 통하여 가난과 순명, 겸손을 배우시고 주님 은총의 도구로 끝까지 살아오신 것 감사드립니다.
이제 주교님이 가심으로 우리 교구는 새로운 역사의 마당을 열었습니다.
당신이 사랑하시던 이갑수, 정명조 주교님을 보내시고 당신마저 떠나 주님과 성모님께로 가셨으니 지상에 있는 저희들을 위하여 세 분이 일치하여 기도하여 주시옵기를 소망합니다.
20여 년을 화려하고 안락한 주교관을 외면하고, 수위실의 열악한 공간에서 기쁘게, 감사하게 생활하시던 모습을 가슴에 깊이 새기며 저희들도 가난하게 살 것을 다짐합니다. 그리고 열정을 다하신 한국 외방선교 수녀회를 힘껏 돕겠습니다.
가시는 길 주교님의 마지막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가난하게 살아야지요. 대궐 같고 사장실 같은 주교관 사제관, 좀 생각해 보세요. 기도해야 합니다. 정결하게 살아야 하겠지요. 순명하면 복을 받습니다.”
주교님, 안심하시고 평안히 가시고, 다시 만날 때까지 본고향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가톨릭신문
발행일 | 2008-06-15 [제2603호] 박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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