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선 주교의 삶

"주교님 기대와 사랑, 감사했습니다“

관리자 2022.08.20 11:50 조회 : 264

 "주교님 기대와 사랑, 감사했습니다

 

주교님, 사랑합니다.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하실 것만 같으셨던 주교님께서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몇 번의 병원생활도 이겨내고 일어나셨던 주교님이신지라, 119구급차로 병원으로 모셔 가면서도 다시 수녀원으로 돌아오시리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인지, 남천성당 소성전에서의 연도 중에도 유리관 속에 누워 계시는 주교님께서 벌떡 일어나시며, "집에 가자" 하고 말씀하실 것만 같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주교님을 어려워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와 함께 하신 주교님은 결코 무섭지만은 않으셨습니다. 어린이처럼 단순하시고, 적절한 유머와 재치 있는 말솜씨로 우리를 곧잘 웃게 하셨으며, 화를 내신 후 미안한 표현도 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어느 날, 안내실 소임을 하는 수녀에게 화를 내시곤 미안한 마음이 드셨는지, 주교님께선 점심식사 후 4층 성당에서 기도하시고 내려 가시면서, 안내실 유리창을 '똑똑' 두드리시고는 계단 화분에서 딴 꽃잎을 유리창 앞에 가만히 내려놓고 가시기도 하셨습니다. 토라진 수녀의 마음이 풀릴 때까지.

 

기도하지 않는 수녀는 수녀가 아니라고 하시는 말씀이 때로는 잔소리처럼 들려 십대 아이들처럼 반항도 해 보았지만, 우리는 우리에 대한 주교님의 사랑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느님 품으로 가시기 얼마 전 병실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가 잘못했으면 다 용서 해라."

 

"내가 너거(너희가) 미워서 야단치는 게 아니다. 알제?(알겠지?)"

 

우리는 압니다. 주교님의 그 깊은 마음 속에는 우리에 대한 기대와 사랑이 가득했었다는 것을.

 

"주교님, 이제 편히 쉬십시오. 주교님께서 사랑하시는 예수님과 성모님 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십시오. 평소 늘 하시던 말씀처럼 저희들 열심히 기도하고, 착한 수녀 되겠습니다.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사랑하는 딸들인 저희들을 위해 전구해 주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주교님,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외방선교수녀회 박 아모스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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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발행일 | 2008-06-15 [2603] 박기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