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선 주교의 삶

최 주교님 모습은 마치 외계로 떠나는 우주인처럼

관리자 2022.08.13 11:00 조회 : 318
최재선 주교님과 함께한 모금 여행
최 주교님 모습은 마치 외계로 떠나는 우주인처럼
우리가 미국과 작별 인사를 할 때가 왔다. 6개월 동안 미국 전역을 여행 한 끝에 미국을 떠날 시간이 온 것이다. 주교님은 혼자 먼저 유럽으로 떠나고, 나는 몇 주 뒤 유럽에서 만나 다시 모금 활동을 한 뒤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나는 주교님을 위해 로마로 가는 이태리 항공사의 비행기 표를 샀다. 아버지 집에서 주교님의 짐을 달아보니 항공사에서 한 사람에게 허용하는 무게보다 12파운드(약 5.5㎏)가 더 나갔다. 1파운드마다 더 내야 하는 돈이 2달러였으니 추가 요금이 24달러였다.
워싱톤에서 뉴욕 공항까지 차를 몰고 가는 내내 주교님은 더 내야 하는 돈 때문에 걱정을 태산같이 했다. 게다가 뉴욕 공항에서는 15달러에 달하는 주차료 청구서를 주차장 관리인이 와이퍼 밑에 끼워놓고 갔다. 이상하게 보는 주교님에게 사실을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청구서는 뉴욕시에서 복지기금을 기부해 달라는 안내문이라고 둘러댔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이태리 항공사 계산대로 갔다. 주교님에게 줄을 서라고 한 뒤 급한 일이 생겨 전화를 걸려고 2층으로 올라갔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주교님은 탑승 수속을 끝낸 상태였다. 나는 주교님에게 돈을 얼마 더 냈는지 물어보았다. 주교님은 승리의 미소를 띠며 말했다.
“한 푼도 안 냈어요. 오히려 내 짐의 무게는 한계 무게보다 약간 덜 나갔어요.”
그제야 나는 주교님의 모습이 약간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가까이에서 본 주교님은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주교님은 짐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가방에서 겨울 외투를 꺼내 양복 위에 껴입고, 작으면서 무게가 많이 나가는 물건들을 꺼내 외투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던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우스꽝스러웠겠는가! 그 무더운 9월 중순 여름에 말이다. 그래도 주교님은 편안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무튼, 주교님은 24달러라는 돈을 아꼈고, 그 돈은 한국 교회의 전교 회장에게 줄 수 있는 한 달 치 월급을 훨씬 넘는 돈이었다. 이런 일을 통해서 주교님은 마음의 위로를 얻었고, 자신의 영혼에 시원한 위안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몸을 뒤뚱거리며 비행기 탑승 계단을 오를 때의 주교님 모습은 로마로 가는 고위 성직자가 아니라 마치 외계로 떠나는 우주인처럼 보였다.
8개월 동안 주교님과 함께 미국의 각 성당과 수도원을 찾아다니며 한 모금 활동은 지극히 성공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