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선 주교의 삶

최재선 주교님과 함께한 모금 여행 - 주교님의 리무진

관리자 2022.08.11 10:50 조회 : 299
최재선 주교님과 함께한 모금 여행
주교님의 리무진
미국을 떠나기 며칠 전 최 주교님은 미시건 주의 어느 대주교와 만나기로 약속이 잡혀 있었는데 머리가 너무 길어 이발을 해야 했다. 주교님에게 이발하러 가자고 했더니 단번에 “No”라고 했다. 이유인즉 3주만 있으면 유럽으로 갈 것인데, 유럽의 이발비가 미국보다 싸기 때문에 그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도대체 유럽의 이발비가 미국보다 싸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어디에서 들은 것도 아닌 것 같고, 아마 미국 물가가 워낙 비싸다 보니 막연히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았다.
주교님이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나는 소형 르노 차로 주교님 마중을 갔다. 주교님을 태우고 차를 운전하면서 나는 소형 르노가 무척 경제적인 차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주교의 신분에 있는 분을 모시기에는 너무 보잘 것 없는 차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교님은 한국에서 타는 지프에 견주면 내 차는 아주 고급이라고 했다. 그 말에 나는 포드와 같은 큰 차 대신 작은 차를 계속 타고 다니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작은 승용차 때문에 우리는 재미있는 일도 많이 경험하고 나쁜 일도 경험했다. 볼티모어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화창한 주일 오후, 돈 많고 영향력이 있는 천주교 신자들이 주교님을 위해 칵테일 파티를 열어주었다. 우리는 그 도시의 부자들이 사는 지역에 일찍 도착해서는 파티가 열릴 고급 주택 바로 앞에 차를 세워 놓고 안으로 들어갔다.
손님들이 모여들고 파티가 시작되었다. 바로 그때 파티를 베푼 집 주인이 내게 와 현관 앞으로 가자고 했다. 그곳에는 한 경찰관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 본부에서 교통정리를 하도록 보낸 경찰이라고 했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그 경찰관은 내 차를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교통 경찰국에 연락해 견인차를 부르겠다는 것이었다. 내 차를 치워야 최 주교님이 타고 올 리무진이 집 바로 앞에 도착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주교님의 리무진은 이미 도착했다고 했다. 그리고는 사실 저 작은 차가 주교님이 타고 온 차라며 오후 햇살에 반짝이는 소형 르노를 가리켰다. 집주인은 크게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그때 경찰관이 점잖게 말했다.
“신부님, 저는 성공회 신자입니다. 우리 성공회의 거드름 피우는 주교님들도 캐딜락이나 콘티넨탈을 타고 돌아다니는 대신 저런 작은 차를 타고 다니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경찰관의 말에 나는 “아멘”이라고 대답하고는 칵테일 파티가 열리고 있는 곳으로 되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