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선 주교의 삶

최재선 주교님과 함께한 모금 여행 - 주교님의 식사

관리자 2022.08.08 10:13 조회 : 252
최재선 주교님과 함께한 모금 여행
주교님의 식사
중서부 어느 지역에서 마침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해 맥도날드 가게에서 햄버거를 샀다. 겨자를 치려고 빵을 벌리는데 안에 든 고기를 보고 주교님은 “어릴 때 우리 형제자매가 1년 동안 먹은 고기의 양 보다 많네요.”라고 했다.
몇 주 동안 계속 여행한 끝에 우리는 모금 운동 본부 사무실 역할을 하던 워싱톤의 아버지 집으로 돌아갔다. 마침 아버지와 여동생들이 휴가를 떠나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해 줄 사람이 없어 주교님에게 밖에 나가 사 먹자고 했다. 그런데 주교님은 부드러운 얼굴로 내게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많은 사람이 굶주리고 있는데 내가 어찌 식당에서 이 귀한 돈을 쓸 수 있겠습니까? 그냥 냉장고에 있는 빵과 우유로 떼웁시다.”
첫날은 할 수 없이 그렇게 했지만, 다음날부터는 텔레비전 식사(오븐에 가열만 하면 요리가 되는 냉동식품으로 텔레비전을 보면서 준비할 수 있다고 해서 텔레비전 식사라고 함.) 가운데서도 최고의 음식으로 주교님을 대접했다.
아버지 집에서 주교님은 반가운 손님이었다. 주교님은 평신도보다 대접하기 쉬운 손님이었다. 하루는 여동생이 외출 중이고, 아버지는 텔레비전 식사를 싫어했기 때문에 내가 소고기 스테이크를 요리했다. 식사가 끝나고 우리 세 사람은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그때 주교님이 걱정이 되었는지 아버지를 보고 물었다.
“설거지는 누가 하지요?”
“누구라니요? 물론 주교님이지요, 주교님 차례가 아닙니까?”
아버지가 한 말은 농담이었다. 그런데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주교님은 벌떡 일어나 윗도리와 로만 칼라를 벗고 부엌으로 갔다. 곧바로 부엌 쪽에서 물 흐르는 소리와 냄비, 후라이 팬, 접시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급히 부엌으로 가서 아버지가 미국식 농담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교님은 내 말에 개의치 않고 설거지를 계속했기 때문에 다시 거실로 모셔오는 데 약간의 노력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