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선 주교의 삶

최재선 주교님과 함께한 모금 여행 - 계속

관리자 2022.08.06 11:21 조회 : 242
최재선 주교님과 함께한 모금 여행


한 번은 뉴욕주의 로체스타로 가는 길이었다. 펜실바니아 주의 초록으로 뒤덮인 고지대의 아름다운 산길에 차를 세우고 아침에 만든 샌드위치로 식사를 했다. 식사 뒤 빈 콜라병을 산 아래 텅 빈 풀밭으로 던지고는 굴러가는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것을 본 주교님은 웃으면서
“다음에는 한국까지 멀리 던져요. 가난한 사람들이 주워갈 수 있도록 말이요. 허허허”
한번은 델라웨어주 윌밍톤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주교님은 한 늙은 흑인이 버려진 종이와 넝마, 고철 따위를 가득 실은 유모차를 끌고 우리 자동차 옆을 지나는 것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그 흑인 넝마주이를 뚫어지게 보고 있던 주교님은 내게 이렇게 물었다.
“저 사람은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가난한 사람인데, 음식을 어떻게 구해 먹길래 저렇게 몸이 좋을까?”
“저 사람의 하루 벌이가 먹는 것을 해결하는데 충분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복지기관에서 복지기금을 받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저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 아니구먼.”
미국의 여러 도시를 여행한 주교님은 모두가 유령 도시 같다고 했다.
“도대체 사람들은 모두 어디에 갔습니까?”
한국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밖에 있으며, 거리는 언제나 만원이고, 모두가 밤에 어디서 잠을 자는지 궁금하지만 미국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집에 있거나 직장에 있고, 또 자동차나 다른 교통수단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길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주교님에게 또 강한 인상을 준 것은 공원이었다. 공원의 아름다움이나 크기에 특별한 인상을 받은 것이 아니라 공원마다 죽은 나무 가지가 수북이 쌓여 있는 것에 놀라워했다. 한국에서는 땔감을 구하러 먼 산길을 걸어 걸어 산 속 깊이 들어가야 하는데 미국에서는 공원에 쌓여있는 나무 가지를 거들떠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주교님에게는 믿기 어려운 현실이었던 셈이다.
주교님이 처음으로 폐차장을 보았을 때 미국 사회에 대해 또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중고차이지만 아직도 타고 다니기에 충분해 보이는 자동차를 전혀 아까워하지 않고 그냥 버리는 사실을 보고 도무지 그 현실을 믿으려 하지 아니했다. 그런 모습을 볼때마다 주교님은 이렇게 혼자 중얼거렸다.
"만일 여기가 한국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