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선 주교의 삶

최재선 주교님과 함께한 모금 여행 - 최주교님의 영어

관리자 2022.08.04 15:28 조회 : 255
최재선 주교님과 함께한 모금 여행


최주교님의 영어


최주교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 미국 사람은 천천히 그리고 명확한 소리로 말해야만 주교님은 상대방의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최주교님에게는 이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주교님은 자신과 대화하는 사람의 얼굴 표정을 읽을 줄 알 뿐만 아니라 훌륭한 연기도 할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상대방은 최주교님이 자신의 영어를 완벽하게 이해한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한 번은 최주교님의 영어 때문에 곤란에 처했던 적이 있다. 캐나다 토론토의 성요셉 수녀원에서 새로 지은 본원 건물을 방문했는데, 그 건물은 넓은 판유리와 대리석으로 꾸며져 있었고, 자동문이 설치된 당시로서는 무척 값비싼 최신식 건물이었다.
그러데 총원장 수녀님이 우리를 건물 안으로 안내 할 때 최주교님이 큰소리로 “Too good! Too good! (너무 좋다! 너무 좋다!) 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물론 그 말은 최주교님 같은 경상도 사람이 ‘매우 좋다’ 를 ‘너무 좋다’ 라는 말로 표현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직역한 영어를 사용했던 것이다.‘too good’ 이 ‘지나치게 좋다’ 라는 부정적인 뜻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주교님은 미쳐 몰랐던 것이다.
최주교님의 말을 비난의 말로 받아드린 총원장 수녀님이 “아니요 주교님, 너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라고 말하자 주교님은 더 큰소리로, “Yes, Yes, Too good! Too good!” 이라고 했다. 내가 최주교님에게 Too good 의 뜻을 설명했지만 그 표현을 너무 좋아한 주교님은 쉽사리 버리려고 하지 아니했다. 불행하게도 주교님이 미국에서 본 것은 거의 모두가 Too good 이었기 때문이었다.
본원 건물을 구경 한 뒤 총원장 수녀님과 엄숙한 표정을 한 보좌 수녀님들이 음료수와 쿠키를 앞에 놓고 주교님 주위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즐겁고 유쾌한 순간이었다. 수녀님들은 모두 상냥하게 웃고 있었다.
웃고 있는 수녀님들을 보고 기분이 몹시 좋아진 주교님은 ‘나는 웃는smile 수녀님들을 만나면 언제나 무척 기분이 좋습니다.’ 라는 말을 하려다가 스마일smile 이란 단어 대신에 냄새나다는 스멜smell 이란 단어를 사용해 버렸다. 그 말을 들은 수녀님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나는 곧바로 조용한 목소리로 대화에 끼워 들어 “주교님의 스멜smell 이란 말은 스마일smile 을 잘못 말한 것입니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내 말을 들은 주교님은 더 큰 소리로 “그래요, 내가 말한 것은 스멜입니다. 스멜” 이라고 말해버렸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