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선 주교의 삶

한국교회 최고령 성직자 최재선 주교, 주교수품 50돌 맞아"

관리자 2022.07.31 18:59 조회 : 235
[주교님과 함께]
최재선 주교, "성직자와 수도자 생명은 기도와 가난 실천"
한국교회 최고령 성직자 최재선 주교, 주교수품 50돌 맞아"
최 주교는 교구장직에서 물러난 뒤 한국외방선교회와 한국외방선교수녀회를 설립했다. 하느님과 서구교회로부터 받은 은혜를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로 나가 갚기 위해서였다. 한국외방선교회는 어느덧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성장한 한국 가톨릭의 얼굴이 됐다. 선교사제 30여 명이 파푸아뉴기니ㆍ타이완ㆍ모잠비크 등 6개국에서 한국 가톨릭 이름으로 복음을 전하고 있다.
 "이만큼 발전했으면 옛날에 받은 은혜에 감사하면서 갚을 생각을 해야지. 부산교구는 말할 것도 없고 전국 교구들이 가난한 시절에 누구 도움 받아서 성당 짓고 하느님 사업을 했어? 이 시대에 가장 마땅한 하느님 사업은 외방선교야. 그래서 요즘 성모님께 돈 좀 달라고 떼를 쓰고 있어. 가난한 선교지에 달랑 사람만 보낼 수는 없잖아."
 그는 이따금 은행에 직접 가서 본보 어려운 이웃돕기 캠페인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에 성금도 부친다. 교구에서 나오는 생활비 씀씀이를 들여다보니까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돈은 거의 없다. 대부분 여기저기 후원금으로 보낸다. 그는 "교회와 하느님 영광을 위해 쓰는 거지, 이 늙은이가 돈 쓸 데가 어디 있어"라고 말했다.
 그는 절약하며 사는 게 몸에 뱄다. 여기저기서 날아온 우편물 서류 뒷장에 강론 원고를 쓴다. 휴지도 한 번 쓰면 버리지 않고 놔뒀다가 다시 쓴다. 한 번 쓰고 접어둔 휴지가 서랍과 책꽂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열차는 '통일호'만 탔다.
 "모든 게 풍족한 세상이니까 너무 아끼지 않아도 된다"고 하자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게 다 누구 돈이야? 결국 신자들이 피땀흘려 번 돈이잖아. 그런 돈을 낭비하면 벌 받아. 성직자가 편하고 호화롭게 살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기도를 안 해. 기도를. 성직자와 수도자의 생명은 '기도'인데 점점 기도생활을 안해서 걱정이야."
 말이 나온 김에, 최고(最古) 원로로서 후배 사제들에게 회초리 들어 꾸짖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물었다.
 "신부들이 말과 계획만 무성하고 실천을 하지 않아. 그러니까 책을 내도 말잔치로 끝나는 게 많아. 교회가 발전하려먼 신부들이 먼저 부지런히 기도하면서 가난하게 살아야 해. 순교자들 덕으로 쌓은 잠재력이 우리 교회에 얼마나 많아. 그걸 끄집어내려면 말보다 실천을 해야 해."
 그는 "돌이켜 보면 성모님 은혜로 살았다"며 "그래서 100년, 1000년 동안 하느님과 성모님 앞에 무릎끓고 감사기도를 드려도 부족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가톨릭 평화신문 2007.10.28발행 [942호]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최 주교님 금경축을 맞이하여 한국외방선교회와 한국외방선교수녀회 회원들이 축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