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선 주교의 삶

한국교회 최고령 성직자 최재선 주교, 주교수품 50돌 맞아

관리자 2022.07.30 09:32 조회 : 323
[주교님과 함께]
최재선 주교, "성직자와 수도자 생명은 기도와 가난 실천"
한국교회 최고령 성직자 최재선 주교, 주교수품 50돌 맞아
초대 부산교구장 최재선(요한, 96) 주교는 한국교회 최고령 성직자다. 주교품을 받은 지 50년이 된다. 부산교구는 31일 교구 설정 50주년 감사미사에서 그의 주교수품 50주년을 축하하는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백수(白壽)를 내다보는 최 주교를 만났다.
 부산광역시 금정구 부곡동 한국외방선교회 수녀원.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더니, 수녀들이 "주교님이 조금 전까지 마당에서 기도하고 계셨는데…"하면서 여기저기 두리번 거렸다. 숙소에 내려가봐도 계시질 않았다.
 수녀 몇 명이 갑자기 사라진 최재선 주교의 행방을 찾느라 안팎을 바삐 오갔다.
 잠시 뒤 최 주교가 십자가의 길 14처를 빙 둘러 세운 잔디밭의 나무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따가운 햇볕을 피해 나무 그늘에 숨어(?) 기도하고 계셨다.
한국교회 최고령 성직자 최재선 주교는 다리가 불편해 지팡이를 짚지만 총기만큼은 여전하다.
최 주교 숙소는 수녀원 정문에 붙어 있는 안내실이다. 6.6㎡(2평) 남짓한 서재 겸 응접실, 변기 하나 달랑 있는 화장실, 30년 전 어느 목수가 짜줬다는 침대가 놓여 있는 침실이 전부다. 책상이건 전등이건 모든 살림살이가 책장에 꽂혀 있는 서적들마냥 퇴색했다. 그 흔한 에어컨도 없다.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 여름을 선풍기 한 대로 났다.
 "이 정도면 호강이지, 뭘 더 바라? 수녀원에 딸린 사제관은 너무 거창한 것 같아서 필요한 사람 쓰라고 하고 난 이리로 내려왔어. 부자들이나 널찍한 거실에서 고급 소파에 몸 파묻고 사는 거지, 성직자는 그렇게 살면 안 돼. 예수님처럼 가난하게 살아야 해."
 낡은 책상 앞에 걸려 있는 작은 액자가 눈에 띈다. 사제들의 주보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1786~1859) 성화다.
 "비안네 신부님은 공부를 못해 신학교에서 쫓겨난 적이 있대. 머리가 아둔하셨던 것 같아. 그런 분이 성인이 되실 줄 누가 알았겠어. 나도 소신학교 때 성적이 좋지 않아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몰라. 공부 못하면 쫓겨났거든. 그때부터 비안네 성인한테 매달렸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야."


가톨릭 평화신문 2007.10.28발행 [94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