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선 주교의 삶

일제 치하의 유치장 생활 2

관리자 2022.06.01 10:51 조회 : 360
일제 치하의 유치장 생활 2
한번은 나를 밖으로 끌어내어 일광욕을 시켰다. 그런데 그사이에 급사 아이가 내게 사과 하나를 주어 아주 맛있게 먹었던 일이 생각난다. 꽁보리밥과 된장이 먹는 음식의 전부였으니 그 사과 맛은 참으로 꿀맛이었다. 혹시라도 그 아이를 지금 만날 수 있다면 사과를 한 궤짝 사주고 싶은 심정이다.
유지창에 갇히게 되면 처음에는 그곳에서 주는 식사를 잘 못 먹는 것이 보통이나 일주일만 지나면 그 식사가 맛있게 된다.
한번은 어떤 기골이 장대한 청년이 유치장에 들어왔는데 그 청년 역시 그랬다. 내가 유치장에서 나오는 밥을 반 정도 먹었을 때면, 그 청년은 이미 다 먹어치우곤 했다. 한번은 그 청년이 무척 허기질 것 같아 내가 먹다 남은 밥 중에서 한 숟가락 정도를 그에게 건넸더니 그가 나를 보고 머쓱하게 웃고는 곧 받아먹었다. 아마 밖의 세상에서 내가 그런 행동을 했다면 필경 핀잔을 받았을 것이다. 나는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필요할 때의 밥 한술이 얼마나 요긴한가!”
한국외방선교회 최재선 주교 회고록
『감사의 마음. 보은의 약속』
편집 : 한국외방선교회. 김학현 미카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