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선 주교의 삶

2. 신학생 시절 - 신학교 입학

관리자 2022.06.01 10:43 조회 : 385
2. 신학생 시절
신학교 입학
신학교 입학 동기는 한마디로 부모님의 신앙생활 덕분이었다. 누님 세 분에 형님이 네 분이었고 나는 막내였는데 셋째 형님이 신학교에 들어갔었으나 실패했다. 그때 아버지께서 대성통곡을 하시며 “내가 어찌 신부(神父) 아버지가 될 수 있겠는가!”라고 한탄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뚜렷한데 이것이 아마 큰 동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집안일들은 대개 형님들이 다 했으므로 아버지께서는 막내인 나를 공부시키고자 서당에 보내셨고 신학교에 가기를 희망하셨다. 신학교에 가려면 서당 공부로는 안된다 하여 강습소에 다니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일본어와 산수 등을 배웠다. 신학교에 입학해서는 공부에 꽤 고생했다만 강습소 시절에는 1등도 했던 것을 보면 내 머리가 아주 나쁘지만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튼, 15살에 대구 유스티노 신학교(소신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신학교에 입학할 때 “신부가 되려거든 성모님께 열심히 기도드려라. 그러면 꼭 신부가 되리라.”라는 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그 후 오늘까지 그 나름대로 묵주기도를 많이 드리도록 하고 있다. 그 전잘 우리 집에 와서 하룻밤을 묵었던 대구 서정길 요한 대주교와는 한날한시에 함께 신학교에 들어갔다.
입학 후, 첫 여름 방학 때 아버지께서 54세의 나이로 돌아가셨다. 생전에 막걸리를 무척 즐기셨는데 어느 날 경형 잡지에서 “술 취해서 죽으면 천당 못 간다.”라는 기사를 읽으신 후에 즉시 그날로 술을 끊으셨다. 내 생각에는 ‘좋아하시던 막걸리를 계속 드셨으면 오히려 더 오래 사시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아들이 신부 되기를 간절히 원하셨지만, 서품받는 것을 못 보고 돌아가신 아버님을 이 다음에 천당에서 꼭 찾아뵙고, “아버님! 제가 주교(主敎)가 되어 왔습니다.” 하며 큰절을 올리고 싶은 심정이다.
한국외방선교회 최재선 주교 회고록
『감사의 마음. 보은의 약속』
편집 : 한국외방선교회. 김학현 미카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