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회 소식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부산후원회. 석희순 글라라

관리자 2022.12.26 10:02 조회 : 398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부산후원회. 석희순 글라라

 

부산에 집을 막 짓자 공무원 남편이 삼천포로 발령 나서 우리 가족은 이사했다. 마당에 있는 수도 하나로 4가구가 공동으로 사용해야 했고 슬레이트 지붕이라 위풍이 세고 추웠으나 물가가 싸서 살기 좋았다. 인간관계로 마음에 상처받고 어려운 일들 앞에 나는 삼천포 천주교회를 찾아갔다. 서원열 라파엘 신부님께 1975년 성모승천대축일에 글라라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았다. 주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남이 감사하고 행복했다. 교우들과 가족처럼 가깝게 지냈는데. 부산으로 다시 돌아올 때는 발길이 안 떨어졌다.

 

나이 31, 둘째 딸 낳고 몸이 안 좋아져 병원에서 진찰해 보니 병명이 신장 하수, 사구체신우신염, 신장결핵이라니 너무 황당했고 3~4년에 1번씩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빨리 걷지도, 물 한 바가지도 들지 말고 한마디로 누워있으라니 육아며, 집안일 앞에 캄캄했다.

 

매일 주사와 먹는 약의 양도 너무 힘든 날들이었다. 젊은 새댁이 중한 병에 걸렸다고 신자분들이 오셔서 기도를 많이 해주셨다. 밤에도 화장실을 6~7, 잠을 잘 수 없으니 몸은 점점 더 지쳐가고 남들은 좋다는 30대를 병상에서 보냈다. 나이 45세가 되던 해 9주간 동안 성령묵상회가 있었다. 아프고 힘들수록 나는 주님께 매달릴 수 밖에 없었고 담당 의사는 2개월 밖에 못 살 거라며 남편에게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단다. 의사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당에서 살다시피하면서 내가 죽더라도 주님이 알아서 우리 아이들을 키워주시겠지, 그런 믿음으로 더 적극적으로 주님의 일에 투신했다. 자꾸 아파하면 사람들이 질리지 않겠나 싶어 오히려 안 아픈 것처럼 처신했다.

 

지금까지 나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많았기에 성령묵상회 때 내가 믿음이 없었다면 어쩔뻔했을까 하는 감사와 은총의 눈물이 많이 흘렀다. 마지막 파견 미사 때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하게 나의 잘못을 성모님께 아뢰며 전구를 청했다. 나는 갑상선항진증을 앓고 있었는데 미사 중에 크게 작게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확신했다.

 

파견 미사 후에 나는 15년 동안의 아픔과 신앙 체험을 증언하며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하혈하는 성경 안의 여인이 예수님 옷자락만 잡아도 치유가 일어났듯, 치유가 그 시대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릴 사랑하시는 그분의 사랑과 자비로 지금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나를 한국외방선교수녀회로 불러주셨다. 나를 은인이라 부르며 한결같이 기도해주시고 후원회 미사 때면 어린이처럼 우리를 차로 데리러 나오고, 나는 극진한 환대를 수녀님들로부터 받고 있다. 후원회 미사에 적은 수가 참석하면 어쩌나 해서 꼭 참석한다는 교우들도 있지만. 나는 성당이 텅 비다니요. 주님의 초대인데요. 감사할 뿐입니다. 저희의 미사 참석이 수녀님들의 기쁨이 되고 그런 저희를 주님은 또 얼마나 귀여워하시겠어요.”라고 말한다. 후원회원 미사 때 마태오 신부님의 강론 말씀은 우리에게 힘을 북돋아 준다. 한여름 더위에 에어컨 없이 지내는 것이 안타까워 걱정하면 수녀님들은 괜찮다고 웃는다. 수녀님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