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회 소식

가난한 나라에서 발견한 행복. 김 토마스 수녀

관리자 2022.12.26 09:58 조회 : 410

가난한 나라에서 발견한 행복

 

김 토마스 수녀

 

언제나 저희 수도공동체와 함께해주시는 후원회원님들께

안녕하세요, 저는 20228월 첫 서원을 한 김성현 토마스 수녀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2018년 유난히도 뜨거웠던 8, 가족과 친구, 세상에서의 익숙했던 많은 것들을 뒤로하고, 저는 한국외방선교수녀회라는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수도 생활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그날은 마치 이제껏 딛고 있던 땅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향해 항해를 떠나는 것 같았습니다. 바다를 향해 나아갈수록 익숙했던 모든 것들이 작아졌지만, 수도 생활과 수도공동체의 삶은 점점 크게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배가 육지와 멀어질수록 육지에 대해 아쉬움과 그리움이 생겨났지만, 저를 이끌어주시는 예수님을 향한 믿음과 사랑, 희망이 있었기에 새로운 기대와 설렘, 감사로 채워져 나갔습니다. 또한, 그 배를 움직이게 하는 또 다른 힘이 있다는 그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저희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주시고, 경제적인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후원회원님들과 은인분들이었지요. 이 세상에 주님의 복음이 뿌려지기 위해, 누군가는 손과 발이 되고, 누군가는 심장, 골격, 관절 등 수많은 장기와 세포가 되어,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하나의 몸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마음으로 힘든 일이 있었고, 그날도 어김없이 공동체와 함께 후원회원님들을 위한 묵주기도를 드리는데, 우리들의 기도 소리가 제 마음에 울림이 되었습니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서 기도를 하듯, 누군가도 우리를 위해서 기도를 하고 있겠구나!’ 저희 수녀회를 위해 시작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기도로 숨을 불어넣어 주고 계시는 많은 분이 계심에 감사와 감동이 전해졌습니다. 최재선 주교님의 감사와 보은의 영성을 조금이나마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선배 수녀님들의 모습을 통해 선교 수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든 주님이 부르시면 떠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그것이 물리적인 장소이든, 심리적인 공간이든 수도자의 삶이 머물러야 할 곳은 오직 한곳 주님의 품이었고, 그 외의 모든 것으로부터 언제나 떠날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제게는 첫 번째로 저 자신으로부터의 떠남이었습니다. 나를 비워나간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며, 그 떠남의 끝자락엔 언제나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것은 저 자신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과정이었습니다.

첫 서원을 하기 전 202112~20225, 5개월 동안 방글라데시 선교지에서 해외 선교체험 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선교지의 삶은 선교 수녀로서의 소명을 더욱 밝혀 주었지요. 우리의 삶이 선교지에서 완성된다는 것, 그리고 많은 도움의 손길이 세상을 돌고 돌아 기쁨과 희망의 열매로 맺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님을 향한 마음 하나로, 이곳에 눈물로 씨를 뿌린 선배 수녀님들의 발걸음이 있었기에, 제가 선교지에 머무를 수 있었으니까요.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시며 와서 보아라는 성경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내 모든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것 속에는 사랑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선교지의 역사와 문화와 생활, 그들의 삶 속에 함께 머무르며, 그들에게 한 발짝 다가가는 것, 그 다가감 안에 주님이 주신 사랑으로 함께 하는 것, 그것이 수녀님들을 통해서 발견하게 된 선교의 의미였습니다. 또한,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이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배움과 소통의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우리 안에 말로 다 하지 못하는 하느님께서 심어주신 사랑의 언어가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방글라데시 디나즈풀에는 수녀원에서 운영하는 나자레학교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자라오신 나자렛마을처럼, 이곳에서는 현지 아이들의 꿈과 희망, 배움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콩시루 같은 작은 교실에서 방글어, 영어, 수학, 미술 등을 배우는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았습니다. 좁은 운동장에서 전력을 다해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마음에는 행복이 자라고, 종이로 만든 비행기 하나 날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발견하고, 배울 수 있는 학교가 있는 것만으로도, 작은 간식 하나에도 감사함과 기쁨을 느낍니다. 어쩜 과거 우리도 그러했겠죠? 행복은 무엇인가를 채워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행복의 씨앗은 우리 안에 있었고,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행복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에서 저는 행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끊임없는 비교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국사회, ‘우리는 행복한가? 어디서 행복을 찾고 있을까?’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참 행복이라는 선물을 얼마나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가난한 나라에서 저는 행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기에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었던 건 아닌지, 스스로 물어봅니다.

지금의 이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기까지 많은 곳에서, 많은 분의 기도와 사랑, 관심과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찍이 우리나라가 받은 신앙의 은혜를 다른 나라에 보답해야 한다고 하셨던 최재선 주교님! 주교님께서 이루고자 하셨던 일이 현실이 된 현장에 와 보니 선교 수녀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가치와 소명을 더욱 밝혀 나갈 수 있었습니다. 모두의 마음에 생명의 빛으로 오신 예수님, 당신의 사랑이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세상 곳곳에 전해지길 바라며, 오늘도 저를 이 귀한 걸음으로 이끌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의 수도여정 또한 나를 향한 그분의 이끄심을 신뢰하고 의지하며, 수도공동체와 함께 주님의 사랑을 나눠가고 싶습니다.

모든 시간 주님께 감사를 드리며 영육의 건강과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