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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이들과 함께하는 날들. 선교지 대만. 박 마누엘라 수녀

관리자 2022.12.26 09:57 조회 : 332

약한 이들과 함께하는 날들

 

선교지 대만. 박 마누엘라 수녀

 

언어 연수를 마치고 찾은 곳은 장애인 시설이다. 소박한 2층 건물로 1층은 중증장애인들, 2층은 좀 더 활동 가능한 이들이 생활한다.

 

이들은 말 한마디 내어 뱉기 위해 애써야 하고, 손으로 떨어진 물건 집어 올리기가 쉽지 않으며, 화장실도 도움을 받아야만 하고, 보조기를 이용해서 걸어야만 한다. 그러나 이들은 다른 사람을 위해 기쁘게 봉사하려고 한다. 이곳에 사는 70대 어르신은 약한 몸에도 불구하고 휠체어에 앉은 이의 양말과 신을 신겨주고 얼굴이 어두운 사람을 보면 웃으며 다가가가 위로한다. 84세 치매 할머니는 같은 말만 반복한다. 할머니의 말을 따라 하다 보면 언어공부에도 도움이 되고 친교에도 도움이 된다. 이들은 많이 웃고 시설의 규칙과 봉사자들의 말에 잘 따른다. 각자 몸이 불편하지만 서로는 한 지체로서 관심과 배려의 삶을 살아간다. 아직은 많이 부족한 언어 실력에도 그들은 기꺼이 반복해서 가르쳐주고 이해하지 못하면 목소리 크게 하고 표정을 크게 하면서 끝까지 반복하여 알려준다. 실수로 한 분의 이름을 틀리게 부르자 서너 명이 정확한 이름을 반복하여 외치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이들은 손님을 맞이할 때 쉬오니하우 , 쉬오니빠이빠이라고 하며 반가움 가득한 인사를 한다. 그들의 환대하는 모습에 모두가 기쁘고 행복하다. 그들은 약하고 도움받는 처지이지만 저절로 미소 짓게 하는 강력한 힘이 있다. 어떤 장애인은 휠체어에서 지내며 그냥 주는 대로 먹고 화장실도 도움을 받으며 잠시 서 있기만 하는데 나의 어떤 표정과 몸짓이 우스웠는지 박장대소한다. 그곳 봉사자들이 그분의 모습을 보며 참 행복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장애인 시설은 매일 출퇴근하기 쉽지 않은 거리이고 버스도 많지 않아 불편하지만 출퇴근 시간에 묵주기도를 하며 그 은총으로 살아간다. 이제는 버스 기사님과도 친해져서 손을 흔들고 인사를 나눈다. 주님께 받은 은혜에 감사하며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시작한 일이 오히려 그들로부터 기쁨과 사랑을 체험하는 나날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