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 이야기 / 수녀회 회지

‘행복한’ 노아 수녀. 선교지 모잠비크 마루파. 우 노아 수녀

관리자 2023.12.16 11:08 조회 : 126

행복한노아 수녀


선교지 모잠비크 마루파. 우 노아 수녀

선교사로서 첫사랑인 모잠비크를 떠나 약 6년간 한국에서의 소임을 마치고 다시 모잠비크의 너그러운 품으로 돌아온 지 벌써 일 년이 되었다. 인생은 기껏해야 칠십 년 근력이 좋아서야 팔십 년이란 시편 말씀이 이제 무색해진 현대에, 그야말로 한참을 더 산다고 하더라도, 한 사람의 삶에서 일 년이란 시간이 결코 짧은 것은 아니리라. 적어도 내겐 그리 느껴진다.

그 일 년을 회상하고 내가 느낀 대표적인 감정을 하나의 형용사로 말하자면 행복한이라고 하겠다. 한국에 돌아가 머문 6년 동안, 선교사로서 선교지에서 행복한 공동체 생활을 하고, 선교지에서 행복한 삶을 살다가, 선교지에서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길 소원했고 늘 그리 기도했다. 그 원의가 날개가 되어 행복하게 훨훨 날아돌아온 모잠비크에서의 일 년은 거짓 없이 참으로 행복했다. 그리고 그 행복의 자리엔 도반이자 동지이자 벗인 우리 공동체 수녀님들이 있었고, 본당 신부님을 따라 방문했던 산골짜기? 공소들의 신자분들과 해맑은 아이들이 있었고, 또한 나로 하여금 묘한 책임감을 느끼게 하는 우리 영어반 아이들이 있었다. 그 우리 아이들, 그러니까, 영어를 모르면서 영어를 가르치겠다고 영어학원을 시작한 나의 숨겨진 뻔뻔함과 상관없이 그런 나에게 영어를 배우는 순수하고 착한우리 아이들에 대해 잠시 언급하고자 한다.

어느 날 수업 중에 판서를 하고 있는데 아주 구린 방귀 냄새가 났다. 나는 아이들을 재미나게 해줄 생각으로 코를 막고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순간 교실은 박장대소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서로를 지목하며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무죄한 아이들의 소리로 떠들썩해졌다. 잠시 시간이 지나고 내가 물었다. “누가 방귀를 뀌었지?” 저마다 부인하는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을 가리켰다.

나는, “, 모두 눈을 감아보아요. 그리고 자신이 방귀를 뀌었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봐요.” 했지만 그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명백해지자 나는 강도를 좀 높여 말했다. “하느님은 다~알고 계셔요.” 그랬더니!!! !! 한 아이가 다~ 알고 계시는 하느님을 떠올리며 손을 번쩍 든다!

그리고 또 다른 어느 날, 수업 중 잠시 밖에 나갔다가 와보니 화이트보드에 누군가 유성 매직으로 낙서해 놓았다. 나는 얼른 자수해서 광명 찾길 권했다. 하지만 그 광명을 찾아야 할 마땅한 아이는 그리 쉽사리 자수할 생각이 없었나 보다. “, 모두 눈을 감아보아요. 그리고 자신이 유성 매직으로 칠판에 낙서를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봐요.” 했지만 그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다시 한번 명백해지자 나는 하느님은 다~알고 계셔요.” 그랬더니!!! !! 한 아이가 다~ 알고 계시는 하느님을 떠올리며 손을 번쩍 든다!

교실에서 일어난 이 이야기들을 듣고 있던 모 수녀님은 말한다. “, 그 아이들이 우리보다 하늘나라에 갈 확률이 높겠다!” 나도 그리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 라자로 이야기를 잠시 하고 싶다. 빗방울 하나 내리지 않는 건기가 시작되며 마치 천식과도 같은 심한 기침에 한 달 이상을 시달리고 있던 어느 날, 수업에 늦은 라자로가, 왜 늦었는지 설명하기를 바라는 내게 고집을 부리며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않는다. 성격이 그런 걸 알면서도,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그날만큼은 고집을 꺾어 보리라 다짐하며 나는 잠시 오기를 부리고 말았고 결국 라자로는 눈물을 글썽였다. 라자로와 나 사이의 냉전은 수업 내내 이어졌고,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이 한둘 교실을 빠져나갔다. 그런데 라자로가 혼자 남아 있는 것이었다. 어서 집에 가라고 차가운 음성으로 말을 하는 내게, 그가 주춤거리며 무언가를 꺼내 건넨다. 생강 한 조각이다. 내가 묻는다. “이게 뭐지?” 라자로가 말한다.” 수녀님 감기 걸렸잖아요. 감기에 좋은 것이니 얇게 잘라서 드세요. 저희집 마당에서 캐왔어요순간, 그 가난한 아이의 작은 손을 통해 전해진 생강 한 조각의 따스한 향기가 내 마음에 내려앉아, 미안하고 부끄럽고 고맙기 짝이 없었다.

참으로 가난하면서도 내 생일을 기억했다가 작은 선물 상자를 가져온 질다 이야기도 하고 싶고, 자기 집에서 농사지은 것이니 맛보라고 돌이 잔뜩 섞인 쌀 한 줌을 가져온 모니카, 밭에서 만디오카를 캐다가 가져다준 루벤, 늘 말없이 칠판을 지워주고 가방도 들어주는 켈비오 등등, 가난한 우리 아이들이 보여주는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만날 때마다, 사랑을 주고 싶어서 왔지만 되려 받고 있고, 그 사랑이 나를 흔들어 깨워 어려운 순간에도 마땅히 가야 할 길로 가도록 용기를 준다. 작지만 충만하게 빛나는 순수한 영혼들의 따스한 마음들을 받으며 어찌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내가 태어나 자란 어린 시절 고향에 온 듯 이곳 마루파(Marrupa) 지역은 제2의 고향처럼 편안하게 느껴지고, 흙벽돌 초가집에 어디를 가나 정서적 위로를 주는 예쁜 시골길을 걸을 수 있음에도 늘 감사한 마음이다. 뒤돌아보면, 내 수도 삶에서 선교사로서 가장 행복했던 일 년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또한 앞으로의 삶 또한 그러하길 바라며, 허물 많은 내가 삶을 마치는 날에도 하느님 덕분에 행복한 노아 수녀이길 바란다.

이렇듯 행복한 노아 수녀라고 고백하게 되기까지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 안에서조차 예비하시고 손잡아 이끌어 주신 하느님 감사합니다. 아멘.


영어 수업 제 1회 졸업식


사랑하는 학생들과 함께 행복한 노아 수녀


영어 수업 중입니다.


영어 수업 학생 질다의 생일 선물


영어 수업 후 함성과 함께 점핑을 질러!!!